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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그런 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쓰게 웃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
구천구문 제팔문.
여덟 번째 문을 연 유더는 현격한 변화를 체감했다.
육문을 열며 재구성되었던 육체가 다시 한 번 부서지고 형성된다.
유더의 육신은 빛이 되었고, 영혼과 결합되어 다시 만들어졌다.
단순히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을 넘어, 영혼을 담는 그릇의 수준을 지나 영육의 진정한 조화를 이루었다.
구천구문.
초월을 위해서는 일단 한계에 도달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유더는 깨달았다. 팔문을 여는 것은 곧 한계에 닿는 것이었다.
유더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통 새카만 세상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마치 밤하늘처럼 수많은 별들이 유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별빛 아래 선 여인.
지금까지 선녀라 불러왔던 고대의 선인.
구문을 열어 한계를 넘고, 그로 말미암아 진정한 초월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유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돌연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당신은-”
거기까지였다.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팔문을 열고 영육을 완전히 재구성한 여파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한계에 도달한 것과 한계를 넘어 진정한 초월을 이룬 자 사이의 차이.
마치 지평과 같았다.
검은 사내의 기억을 따라, 제일검과의 대결을 통해 끝자락이나마 지평에 닿은 순간 알 수 있었다.
지평에 닿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평을 넘지 않는 한 완벽한 검리를 깨닫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천구문의 아홉 번째 문.
지평 너머의 세계.
“-있어요.”
선녀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유더 역시 그녀에게 미소지었다.
언젠가 다시.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별빛이 쏟아졌다.
흐드러지게 많은 별의 바다에서 유더는 눈을 감았다.
&
“유더!”
“코델리아.”
자연스럽게 눈을 뜨며 말하자 바로 코델리아의 온기가 느껴졌다.
코델리아의 품- 정확히는 코델리아의 허벅지를 배고 누운 자신.
달과 별이 밝은 까만 밤하늘.
“괜찮아?”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오감이 더욱 발달했다.
팔문을 열고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훨씬 더 주변 모든 것들을 명료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팔문··· 연 거지?”
코델리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유더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팔문을 열었어.”
“아싸!”
유더의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코델리아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해맑은 그 모습에 유더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렇게 좋아?”
“그렇게 좋지! 그럼 안 좋아? 나는 막 어깨가 으쓱으쓱하면서 신이 나는데?”
시원한 미소에 유더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똑같이 따라 웃었다.
여러 기억들이 얽히고 섞였지만 코델리아는 역시 코델리아였다.
“유더야.”
“어, 코델리아야.”
“많은 것들이 떠올랐어.”
온전한 기억들은 아니었다.
부서지고 쪼개진,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오른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처음이 아닌 거지?”
“맞아, 몇 번의 시도가 있었어.”
정확히 몇 번인지는 유더도 알 수 없었다.
유더의 기억 역시 코델리아와 마찬가지로 온전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마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을 거야.”
항상 최후까지 저항한 것은 유더 자신이었으니까.
어린 신 아탈리아가 세운 무모한 계획의 전모를 제일 먼저 들은 것은 검은 사내- 검리에 닿았던 과거의 유더 자신이었으니까.
“설명해줘.”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코델리아의 요구에 유더는 미간을 좁히더니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뭐냐··· 너 전에 고전 SRPG 이야기하지 않았나?”
“슈로대?”
“어, 그거. 슈퍼로봇대전.”
로봇들이 잔뜩 나와서 싸우는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어들의 평균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고연령(?) 남초 게임.
전생의 코델리아가 신나게 떠드는 걸 보고 ‘아, 얘는 진짜 남자다. 무조건 남자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실은 여자, 그것도 십대 소녀였지만.
“아무튼 그게 왜?”
“지금 네가 묻고 싶은 건 그거지? 아탈리아가 선택한 방법과 소위 말하는 회귀의 차이점.”
유더의 지적에 코델리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집 유더. 내 맘을 잘 알아요.”
“칭찬 감사합니다.”
이 와중에도 너스레를 떤 유더는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전멸 노가다랑 리셋 노가다의 차이야.”
“어? 어··· 아!”
전멸 노가다와 리셋 노가다.
게임에서 전멸을 당하면 해당 전투에서 얻은 경험치와 자금 등을 그대로 가진 채 전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걸 이용해서 일부러 계속 전멸 당해 경험치와 자금을 모으는 것이 전멸 노가다였고, 리셋 노가다는 이름 그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명중률이 10%인 공격이 명중할 때까지 계속 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같은 상황을 반복한다는 점은 똑같았지만 둘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했다.
“일단··· 전멸 노가다는 총 턴 수가 늘어나.”
10턴 동안 진행하고 전멸, 다시 시작해서 10턴 만에 클리어 했다면 총 20턴이 지난 셈이었다.
반면 리셋 노가다는 10턴 동안 진행했다가 다시 10턴 때로 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몇 번을 시도해도 사용한 총 턴의 갯수는 계속해서 10턴이었다.
“맞아, 전멸 노가다는 어찌되었든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거고, 리셋 노가다는 시간을 거스르는 거지.”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후자 쪽이 더 좋은 거 아냐?”
훨씬 더 간단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긴 한데, 훨씬 더 힘들어. 코델리아 네가 추천해주던 만화나 소설에서는 회귀가 무척이나 쉽게 나왔지만··· 사실 회귀라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거든. 우주 전체의 시간을 되돌려야 하니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아탈리아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능한 존재였다면 애당초 이런 짓을 반복할 필요도 없었다.
“어··· 굳이 시간을 돌리는 게 아니라 주인공? 아무튼 딱 그 사람만 과거로 가면 되는 거 아냐?”
“과거로 간다고 말하지만··· 정말 시간을 거스르는 거라면 일단 불가능해. 고고한 시간의 흐름은 설사 신이라 해도 거스를 수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시간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면 평행 세계- 그러니까 평행 세계의 과거 시점으로의 이동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정말로 평행 세계니까. 네 말대로 주인공이 떠난 세계는 망가진 상태로 방치되는 거겠지. 설사 그 주인공이 평행 세계를 구한다 할지라도 구원받는 것은 평행 세계야. 주인공이 떠난 그 세계가 아니라.”
물론 이것도 평행 세계가 실존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결국 능력의 문제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아탈리아의 능력으로 회귀는 불가능해.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며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건 가까스로 가능하지. 범위도 우주 전체가 아니라 플레이아데스와 천계, 지옥 이렇게 셋으로 한정되니까.”
“뭔가 후자 쪽도 엄청 힘들 거 같은데?”
“힘들어. 플레이아데스가 오래된 세계라··· 세계의 힘을 잔뜩 누적한 상황이라 가능한 일이야. 지옥이나 천계의 신들이··· 그러니까 대군주들과 대천사들이 서로 힘을 나눠먹은 것과 달리 아탈리아는 독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일단 입술을 움츠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그렇게 강력한 아탈리아가 그냥 대소환으로 나타난 놈들 다 뿜뿜 물리치면 되는 거 아냐?”
“그것도 무리야. 아탈리아는 지금 어린 신이니까. 아탈리아가 복붙을 하는 시기는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그러니까 영웅전기3의 최후반부야. 복붙을 할 때마다 아탈리아의 기록도 초기화가 되니까··· 지금은 사실상 무력해. 거기다 너도 알다시피 뛰어난 마법사가 곧 강력한 마법사인 건 아니잖아?”
“아··· 그건가. 대충 비유하자면 아탈리아는 유틸법사인 거지? 전투법사가 아니라.”
“비슷해.”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한 차례 숨을 고르더니 다시 코델리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돌아가서··· 일단 회귀는 능력적으로 불가능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탈리아의 방법과 회귀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해. 뭔지 알겠어?”
“어, 알겠어. 전멸 노가다랑 리셋 노가다의 차이라며.”
“그래, 바로 그거야.”
회귀는 말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때문에 회귀 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아탈리아의 방법은 아니었다.
설령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 해도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꼭 노리고 한 건 아니지만··· 덕분에 이렇게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거겠지. 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었고.”
동일한 영혼에 기록을 반복해서 덧씌우는 것이었다.
복붙을 반복할 때마다 영혼에 축적되는 기억들.
전멸 노가다를 할 때처럼 경험치와 자금을 온전히 이어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나마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유의미한 차이.
오히려 아탈리아의 방법이기에 얻을 수 있는 강점.
‘기억이 나지 않아.’
흐릿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럼 유더야. 우린··· 어떻게 된 거야?”
코델리아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불안이 어려 있었다.
코델이가 말한 우리.
유더와 코델리아가 되기 전의- 전생의 강진호와 홍유희.
“그 부분은 나도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탈리아에게 직접 듣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사항이었지만, 스스로 말했듯이 어느 정도 추측이 되기는 했다.
“아탈리아의 방법의 단점은 기억이 온전히 전승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것 때문에 결국 주사위를 반복해서 던져볼 뿐 우리가 이번에 한 것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고 대비하거나 불행한 사건을 막거나··· 그런 건 불가능하지.”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몇 번이나 복붙을 반복한 것이 그 증거였다.
“그래서 편법을 쓴 게 아닐까 해. 바로 복붙을 하는 대신 잠시 복붙을 미루고 나와 네 영혼을 다른 세계에 보냈던 거지.”
“지구에?”
“일부러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른 세계에 보내고 그 세계에서 플레이아데스에서 일어날 일들을 학습시킨 다음에 다시 데려온 거지. 복붙할 데이터에 아주 약간의 데이터를 더한 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더해진 강진호와 홍유희의 기억들.
“그럼 아탈리아가 영웅전기를 만든 거야?”
“직접 만들지는 않고 아마··· 기록을 보냈겠지. 누군가가 그걸 무의식 중에 수신해서 작품으로 만든 걸 테고. 수신한 사람이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다면 만화나 소설··· 그런 걸로 나타날 수도 있었을 거야.”
“으으음··· 그래도 모든 의문이 다 풀리는 건 아니네.”
로그아웃 시점에서 기억이 끊긴 이유라든가.
“그건 정말 아탈리아에게 물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겠지.”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돌연 긴 숨을 토했다.
코델리아에게 대답해주다보니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제법 명료해진 탓이었다.
전부 다 진짜로 있었던 일이었다.
코델리아가 마인이 되는 것도, 그런 코델리아와 싸웠던 것도. 끝내가서는 그 목숨을 빼앗은 것도······.
“유더야.”
코델리아의 부름이 유더의 기억을 끊었다.
유더만큼은 아니지만 코델리아 역시 지난 기억들의 일부를 되찾았다.
그랬기에 유더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일들로 가슴 아파하는지 간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유더의 손을 꼭 깍지 껴서 잡았다.
부끄러웠지만, 새삼스러웠지만 입을 열어 말했다.
마인이 되었던 코델리아가 마지막 순간 너무나 하고 싶었던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정말정말 좋아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에 유더는 멍한 얼굴이 되더니 이내 똑같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 아니, 정말 사랑해.”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다시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코델리아 너는?”
“어?”
“아니, 나는 사랑하는데 너는?”
갑작스러운, 거기에 유치하면서 짓궂기까지 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리는가 싶더니 이내 빨개진 얼굴로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 나두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이 짧은 말이 왜 이렇게 부끄러운 것일까.
하지만 말하고 나니 좋았다.
유더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몇 번이고 더 말해주고 싶었다.
아끼지 말고, 말 할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자자, 여기까지.]
[이쯤하죠.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잖아요? 네?]
벨렌시아와 멜리사였다.
양쪽 모두 괴로움을 참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유더는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두 사람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자연스럽게 코델리아의 뺨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맞추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
더 나가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코델리아가 유더를 밀어낸 뒤 저만치 부서진 레드 게이트 쪽을- 뻘쭘하게 서 있는 루카스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흠흠, 흠흠.”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다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는 루카스.
“그러고 보니 유더야.”
“어, 코델리아야.”
“루카스는 이제 어떡하지?”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카이사랑 스칼렛이랑 둘 다 연인이었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정확히는 스칼렛이 연인이었을 때는 카이사가 적이었고, 카이사가 연인이었을 때는 스칼렛이 적이었다.
둘이 서로 친했을 때는 루카스가 마인이었고.
“어··· 글쎄.”
알아서들 잘 하지 않을까?
“우린 팝콘이나 먹으면서 구경하자.”
유더의 무책임한 말에 코델리아는 다시 까르르 웃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무튼 상황부터 수습하자. 제일검 따라 온 병력도 문제니까.”
제일검이 쓰러진 마당이니 그대로 철수할 수도 있었지만 상대는 일반적인 인간의 군대가 아니었다.
군대를 이끄는 것이 제일검 하나뿐이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말하는 코델리아도, 듣는 유더도 그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았다.
비록 레드 게이트의 정문이 무너졌지만 안에는 다수의 엘프들이 건재한 상황이었고, 여기에 더해진 하나가 있었으니 말이다.
급히 날아오던 와중에 본 것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진군해오던 또 하나의 군세.
시간이 지났다.
제일검이 이끌던 재상군이 레드 게이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 숲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된 대군의 선발대.
얼핏 세어도 일만은 됨직한 마물의 군세 앞에 엘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이번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루카스.”
유더의 말에 루카스가 고개를 돌렸다. 코델리아가 웃으며 가리킨 방향을 보았고,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남서쪽.
지축을 뒤흔들며 맹진하는 북부의 수호자들.
야생의 땅을 경유한 갈까마귀들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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